대구 구미 김천에 관한 기억

2000년 12월 말인가?
동대구 역 근처에서 친구들과 한해를 돌아보고 있었다.
차를 몰고 갔지만 술이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나 역시 거나하게 하지만 술 취한 사람이 다 그렇듯이 정신만은 멀쩡했다
운전해서 구미로 오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차를 신천동 골목길에 세워두고 기차를 타고 오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매일 대구 놀러가던 시절이라 하루쯤 애마를 타지에 두는것도 큰일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타는 기차의 재미도 느껴보기 전에, 늦은 밤시간의 피로와 취기로 잠이들었다 내 집처럼 푹 잤다

눈을 떴을땐 기차가  어느 낯익은 역을 출발하고 있었다 구미역 이었다 영화 속 장면에선 주인공이 출발하는 기차에서 낙법치며 멋있게 뛰어 내리지만 난 영화속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못내린 사람이 나만 있었던것은 아니었다

김천역에 내려 개찰구를 나가지 않고 역무원에게  사정이야기를 했다 친절한 역무원은 구미행 기차를 타고 돌아 가라고 했다 마음이 진정 되자 구미에서 내리지 못했던 분을 찾아 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잠들지 않았다.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기도 했지만 10시간 거리여도 다시 잠들지 않았을 것이다.

구미역이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창밖으로 구미 풍경이 보이는데도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고 속도도 줄지 않았다 기차는 그렇게 구미를 지나쳤다.
안내방송이 나온 것은 왜관을 통과할 때 공사로 잠시 서행한다는 방송이었다.

김천 다음 역은 대구역이었다 구미에 서지 않는 새마을호를 탄것이었다 그당시 최고의 기차를 무료로

대구역에 내리지 않았다. 새벽 3시 30분까지 푹 잤고 기차 실컷 타는 동안 술도 깼고 기차로 3분거리인  동대구역에 내차도 있었고

차를 몰고 구미로 왔다.

술먹고 연말에 3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후로 몇주간 술을 쳐다보지도 않았다.